목록시와 글 (73)
바람결에 흐르듯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일 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그래요.. 한 순간도 빠짐없이 처절하게 외로웠지만 외로워서 당신을 사랑한게 아니었습니다. 다가서면 잡힐 것 같은 당신이었지만 가까이 하..
그 언젠가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쓸쓸히 혼자 길을 걸은 적이 있었지. 옷은 옷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젖은 채 발길 닿는 거리마다 빗물이 흐르고 누군가가 다가와 나의 우산이 되어줬다면 빗물이 그토록 차갑지는 않았을 거야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에 외로움도 젖어버린 거리 바보처럼 나도 비가 되고 말았어. 비 오는 날엔 누군가의 우산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나처럼 외롭지 않아도 될 테니까 비 오는 날엔 누군가의 우산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나처럼 비가 되지 않아도 될 테니까
오늘은 왠지 쓸쓸합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가랑잎처럼 어디론가 흩어지는 마음 한 자락 누구를 못 잊어 가슴 아픈 것도 아니고 누구를 부르다가 지쳐버린 메아리도 아니건만 오늘은 그냥 허전합니다. 이슬 맺힌 달빛 고요는 살아온 날의 침묵 같고 풀 섶 헤치는 바람소리는 살아갈 날의 독백 같고 어둠은 별빛으로 흘러 새벽에 이르는 고독 같아 자꾸만 한쪽으로 기우는 생각은 저물어 시간은 걸어가도 나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이런 걸 외로움이라고 해야 합니까. 쓸쓸한 까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버릴 것을 다 버리지 못하고 잊을 것을 다 잊지 못하고 때로는 집착과 욕망으로 나조차 갖지 못한 내 탓입니다. 마음 하나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바로 사람인 까닭입니다.
나이 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그런 친구 같은 연인 하나 갖고 싶다.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 애창곡을 따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팔짱을 끼고 걸어도 시선을 끌지 않을 엇비슷한 모습의 그런 친구 같은 연인 하나 갖고 싶다. 함께 여행하며 긴 이야기로 밤을 지새워도 지루하지 않을 그런 사람을 아내나 남편 이야기도 편히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연인을 설레임을 느끼게 하면서도 자제할 줄 아는 사람 열심히 살면서 비울 줄도 아는 사람 어제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을 아름답게 살 줄 아는 사람 세상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면 더욱 좋으리 그런 사람 하나 있다면 혹시 헤어진다 해도 먼 훗날 세상 안 떠나고 살아있다는 소식 알라치면 다시 한 번 만나자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 하나 ..
묻으며 살아왔다 잊으며 살아왔다 때로는 버리며 그래도 늘 그리워하며 중년의 그리움처럼 비는 내리고 무엇이 이토록 텅 빈 가슴인가 하염없이 고여드는 이것을 어떻게 말할까 이만큼 살고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여태껏 살면서 어느 날에도 웃어준 적 없는, 먼 어제로 내가 두고 온 내가 그립다 내가 나를 그리워하는 것보다 쓸쓸한 일도 행복한 일도 없겠지만 소리쳐 불러도 닿지 않는 그 곳에 언제나 그대로 나는 서있고 몸 따로, 마음 따로 비처럼 그리움처럼 그렇게 흘러왔다 스스로 가볍지 못하여 쌓이는 무게로 내가 무거워 말라버린 자존심 빗물에 젖어가네 에머랄드 빛 향수, 강에 이를 때까지 흘러가는 빗물이 이런 마음일까 이제는 낮아진 어깨, 그 위로 중년의 그리움처럼 비는 내리고 아, 조금만 더 나를 사랑했더라면 한 번..
이제 나머지 세월 무얼 하며 살겠느냐 물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살고 싶다고 기도로 하루 열어 텃밭에 가꾼 행복 냄새 새벽별 툭툭 털어 아침 사랑 차리고 햇살 퍼지는 숲길 따라 야윈 손 꼭 잡고 거닐며 젊은 날의 추억 이야기 하면서 선물로 주신 오늘이 감사하고 호수가 보이는 소박한 찻집에서 나이든 옛 노래 발장단 고개 짓으로 나즈막이 함께 따라 부르며 이제까지 지켜주심이 감사하고 한마디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무슨 말 하려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읽을 수 있는 살다 때로 버거워지면 넉넉한 가슴에서 맘 놓고 울어도 편할 사람 만났음이 감사하고 빨간 밑줄 친 비밀 불치병 속앓이 털어 놓아도 미안커나 부끄럽지 않게 마음 나눌 사람 곁에 있음이 감사하고 세상에 태어난 의미요 살아 온 보람이며 살아 갈 이유되어 ..
사람 사는 거 거기서 거기더라 그렇게 발버둥 치고 살아봤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기고 다 그렇더란 말입니다. 능력 있다고 해서 하루 밥 네끼 먹는 것도 아니고 많이 배웠다고 해서 남들 쓰는 말과 다른 말 쓰던가요. 백원 버는 사람이 천원 버는 사람 모르고 백원이 최고인줄 알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것입니다. 길에 돈 다발을 떨어뜨려 보면 개도 안 물어 갑니다. 돈이란 돌고 돌아서 돈이랍니다. 많이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상하게 살아야 한다면 벌지 않는 것이 훨씬 나은 인생이지요. 남에 눈에 눈물흘리게 하면 내 눈에 피 눈물 난다는 말. 그 말 정말 입니다. 내 꺼 소중한 줄 알면 남의 꺼 소중한 줄도 알아야 하고 네 꺼. 내 꺼 악 쓰며 따져 봤자 관속에 넣어 가는 것은 똑같습니다. 남 녀 간..
안 보면 소년처럼 해맑은 웃음소리가 그리워지고 듣고 싶어질 것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같이 있으면 무슨 말을 해도 부담이 없으며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편안함을 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 언제나 전화를 해서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삶의 동반자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흐린 하늘처럼 서러운 가슴을 안고 술 한 잔하고 싶은 날 부담없이 전화를 해도 먼저 달려 나와 맞아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삶이라는 굴레에서 꿋꿋이 제 길을 가면서도 나를 위한 시간을 비워두는 친구가 있습니다. 하늘 청청 맑은 날에 사람이 그리워 질 때 가장 먼저 떠올라 전화를 하고 커피 한잔 하자고 하고 싶은 친구가 있습니다.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한적한 시골길을 같이 걸으며 아픈 질곡의 추억을 말해도 될 거 같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