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와 글 (73)
바람결에 흐르듯
이 작은 가슴속에 지난 날들에 대한 세월을 되돌아보니 이 세상 모든 것 다 가졌어도, 내 가진 것 하나 없으니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오늘 하루 행복 하거나 불행 했다고 하여 내일의 이름으로 기대 설 행복도 불행도 나의 몫이 아니라고 하네. 아름다운 꽃들 또한 시들기 전에 떨어질 수 있으니 이 한 몸 시들기 전에 떨어진다고 하여 서럽게 울지 말라고 하네.. 모든 것들은 파리하게 시들게 되나니 세상에 영원함은 없으니 모든 걸 소유하지 말라고 하네. 내 마음에 좋은 말이 넘쳐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그 행복 속에서 내 것이 생겼다고 해도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소유하지 말라고 하네. 시들기 전에 떨어질 꽃을 보고 슬퍼할 누군가가 있다면 시들어 떨어지기 전에 떠나보내라고 하네. 슬픔은 혼..
조용히 다가오는 사람의 뒷모습이 그립다 먼 산 노을빛이 내려앉은 토담집 빛바랜 나무의자에 앉아 저물어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가을에 남은 꽃잎 한 장 있다면 그 사람과 꽃잎 띄운 술을 마시고 싶다. 추녀 끝으로 개여울이 흐르고 풀벌레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초저녁 술잔을 기울이며 잔잔히 떨리는 꽃잎의 흔들림에 그 사람에게 조금씩 흔들리면 또 어떠랴 바라보기에 편안한 표정을 만나고 싶다 무엇이 외로운지 왜 외로운지도 모를 정체모를 외로운 것들이 사람의 마음을 뿌리째 저미게 할 때 문득 전화로도 만날 수 있는 완벽한 친구도 완벽한 연인도 아닌, 그래서 그대로 봐주고, 그대로 있어주고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딱히 말이 필요 없는 그런 표정이라면 물소리가 들리는 가슴을 가까이에 두고 싶다. 그 옛날 바라보던 하늘과..
피멍울 질 만큼 내 가슴을 치며 달려드는 찬바람 성화에 지친 마음은 모든 걸 다 내어 주며 이별을 했는데 잔인한 기억들은 빈껍데기만 남아 내 신음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이미 절망이 점령해버린 빈 가슴에 찬비는 심장을 타고 얼룩져 버린 내 사랑 앞에 울고 또 울고 도대체 왜 이별을 해야 했는지 소름 돋을 만큼 쏟아지는 빗속에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손을 놓고 한도 많고 서러움도 많은 추억 하나 만들어 놓고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그 길을 떠나고 있다..
인생이란 어차피 홀로 걸어가는 쓸쓸한 길이라지만.. 내가 걷는 삶의 길목에서 그래도 평생을 함께 걷고 싶은 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보다는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그저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고단하고 힘든 날에 마음으로 다가가면 살포시 내 등을 도닥여주는 다정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부족한 내가 위로해주기보다는.. 그의 위로를 더 많이 받아 가끔은 나보다 더 나를 아껴주는 마음이 넓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기도로서도 채워지지 않는 허약한 부분을 어느 한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만나서.. 기쁜 날보다는 슬픈 날에 불현듯 마음이 찾아가면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평생을 마음으로 만나다가 어느 날 홀연히 바람으로 사라지는 날.. 아님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날 죽음..
하얀 백사장에서 모래를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따스한 하얀 모래를 두 손 가득히 움켜잡았습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손을 들어올리자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이별입니다." 흘러내리는 모래를 막아보려 하지만 그래도 모래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것이 미련입니다." 다행이도 손안에는 흘러내리지 않고 남아있는 모래가 있습니다. "이것이 그리움입니다." 집을 가기 위해 모래를 탁탁 털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손바닥에 남아있던 모래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추억입니다." 오늘이란 하루속에 이 모든 것이 숨쉬고 있답니다. 아름다운 하루... 사랑스런 하루...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성적이 좋지 않을 때 '괜찮아!'하면서도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직장)에는 즐거운 일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세개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
출근 길에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94세 어르신이 주부로서 살아가시는 이야기인데... 서울 사는 딸이 어느 날 내려간다고 연락하고 집에 도착하였더니 구수한 냄새가 나더라는 것입니다. "아빠! 이거 무슨 냄새야?" "응~ 너희들 온다기에 밥해 놓았어... 시장하지?" 밥 솥을 여니 윤기가 철철 넘쳐나는 모습을 보고 "아빠! 밥이 무척 윤기가 나네?" "응~ 밥 찰지고 맛있게 찹쌀 한 줌을 넣었어..."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 우리 아빠~ 주부 다됐네... 그러면 우리 생선 사왔으니까... 매운탕해서 맛있게 먹자..." "그래 그렇게 하자구나..." 20여년전에 부인을 잃고 나서 자식들에게 신세지기 싫다시며 시골에서 혼자 살아가시는 데 딸이 오니 웬만하면 딸에게 식사를 맡기실 수도 있건만 지금껏 당신 손..
가을이 오면 가을 여자는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고 가을 남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원한다 가을 여자는 혼자 떠난 여행길에서 "여자의 인생"을 되돌아 보면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이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건 늘 꿈구는 일상의 희망사항 일뿐 숨 죽였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새벽이 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첫차를 탄다 가을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어느해 가을산 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마음의 지도를 꺼내놓고 추억을 더듬어 가지만 가냘픈 신음소리만 귓가에 맴돌 뿐 회상할 수록 장미의 모습은 흐릿하게 멀어져간다 혼자 술 마시는 가을 남자는 그래서 더 쓸쓸하다 가을 여자가.. 가을 남자가.. 가을에는 앓는 병.. 다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