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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흐르듯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여자는 예쁜 거 보면 사고 싶고, 소유하고 싶어진다 뱃살 나오고, 흰머리 카락 바람에 휘날리지만 마음만은 스무 살 시절의 아가씨처럼 마음이 휘날리고 싶은 날들도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나이트클럽에서 옛날로 돌아가 미친듯이 흔들어 보고 광란의 밤을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인생 계급장처럼 이마의 주름살과 눈가의 잔주름을 보이기 싫어 진한 화장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목주름이 드러나 보일까봐 일부러 폴라티를 입거나 머플러를 감싸고 싶을 때가 있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가지만 빈말이라도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 할머니라고 부르는 소리보다는 아줌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가끔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 잔하거나 와인 ..
우리 가끔은 생각나는 사람으로 살아요 적당히 걱정도 해주며 궁금해 하기도 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아주 가끔은 생각하며 살아요 가장 힘들 때면 누가 많이 생각나는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면 어떻게 하는지 괜스레 서로 물어 보고 싶어지도록 생각나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바람불면 바람부는 대로 비오면 비오는 대로 눈이 오면 더욱 그리워하며 살아요 스치는 세상사에 하고 많은 인연이 아니라 신이주신 필연적인 만남이라 믿으며 서로에게 생각나는 사람으로 살아요 우리 모두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생각나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자고요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 금이 간 항아리/ 금이 좀 가면 어떤가..? 좀 부족하면 어떤가..? 어떤 사람이 양 어깨에 지개를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의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한 쪽 항아리는 금이 간 항아리였다. 물을 가득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반 쯤 비어있었다. 금이 갔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른쪽 항아리는 가득찬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 항아리는 주인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요청했다 "주인님!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간 나깥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 것으로 쓰세요" 그때 주인이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네가 금이 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바꾸지 않는단다 우리가 지나온 길 ..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다. 사랑은 태워도 연기가 없네. 장미가 좋아서 꺾었더니 가시가 있고 친구가 좋아서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 세상이 좋아서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다. 나 목동이라면 한 잔의 우유를 드리지만 나 시인이라면 한수의 시라도 드리겠건만 나 가난하고 부족한 자이기에 드릴 수 있는 건 오직하나 사랑, 사랑뿐이라오.
새 털같은 시간들이 한 웅큼씩 머리카락처럼 빠져나가네 숭숭 구멍이 뚫린 가슴으로 삼베같은 비가 내리고 허옇게 보이는 맨살을 타고 콧잔등이 시큰하도록 불어오는 허무네 지나고 보니 솔바람같은 세월이었다 싸리비로 빗물을 쓸던 아버지가 생각나고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흘러 가버린 시간의 뒷 모습이 젖어가고 외로움에 차가운 빗물이 서글픔에 뜨거운 눈물이 온기가 다른 두 액체가 하나로 흐르는 속내를 누가 알 것이냐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비 오는 거리에서 남겨진 것이라고는 흠뻑 젖은 홀로였을 뿐 고독하더라도 진실이 좋았기에 하늘은 흐려도 맑은 눈을 가지고 싶었고 바람은 추워도 따뜻한 손을 지니고 싶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막다른 골목길에서도 거짓은 싫었지 그저 초연하고 싶었다네 지혜에 늘 목이 말랐다..
해야할 사랑을 다하고 이제는 그만 쉬고 싶은 나이 아직 하지 못하였다면 더 늙기 전에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나이 우연이든 인연이든 아름다운 착각의 숲에서 만난 필연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은 나이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이 없겠느냐마는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느냐고..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읊조리며 사십과 오십 사이에 홀로 서있는 사람들은 어느 비오는 날에는 쓰러진 술병처럼 한 쪽으로 몸이 기울어진다 그래도 어느 인연이 있어 다시 만나진다면 외로움은 내가 만들었고, 그리움은 네가 만들었다며 서로의 손을 잡고 등을 툭툭 치며 위안이 되는 마음이 닮은 그런 사람을 한 번 만나 보고 싶은... 크게 한 번 웃어보고 싶은 그러고 싶은... 차마 그냥 넘어가기에는 많이도 아쉬운 오십과 육십 사..
잿빛 하늘이 비를 몰고 올 것 같은 날에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정해진 약속은 아니어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가슴이 마구 뛴다. 바람처럼 날아갈 수만 있다면 그 어디라도 떠나고 싶다. 가슴이 마구 뛰는 소리 그 소리 들어 보셨나요 이럴 때는 바람이라도 잡고 흔들어 보고 싶다 바람이 되어 누군가를 흔들어 보고 싶듯이 나 오늘은 바람이 되고 싶다 어느 한 곳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의 바람 저문 태양의 뒤꿈치도 밞아보고 싶고 정글의 침묵도 깨우고 싶다 돌처럼 단단한 무감각한 영혼도 흔들어 깨우고 싶다 나 오늘은 바람이 되고 싶다 지금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런 바람 지금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행복을 불어 넣어주는 그런 바람 나 오늘은 바람이 되고 싶다
세상에 그 흔한 눈물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으로 다시 와 정정한 소나무 아래 터를 잡고 둥그런 무덤으로 누워 억새풀이나 기르며 솔바람 소리나 들으며 앉아 있으리 멧새며 소쩍새 같은 것들이 와서 울어주는 곳 그들의 애인들꺼정 데불고 와서 지저귀는 햇볕이 천년을 느을 고르게 비추는 곳쯤에 와서 밤마다 내리는 이슬과 서리를 마다하지 않으리 내 이승에서 빚진 마음들을 모두 갚게 되는 날 너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백발로 졸업하게 되는 날 갈꽃 핀 등성이 너머 네가 웃으며 내게 온다 해도 하나도 마음 설레일 것 없고 하나도 네게 들려줄 얘기 이제 내게 없으니 너를 안다고도 또 모른다고도 숫제 말하지 않으리 그 세상에 흔한 이별이며 눈물 그리고 밤마다 오는 불면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에 다시 와서 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