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흐르듯
부모의 마음이란? 본문
출근 길에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94세 어르신이 주부로서 살아가시는 이야기인데...
서울 사는 딸이 어느 날 내려간다고 연락하고 집에 도착하였더니 구수한 냄새가 나더라는 것입니다.
"아빠! 이거 무슨 냄새야?"
"응~ 너희들 온다기에 밥해 놓았어... 시장하지?"
밥 솥을 여니 윤기가 철철 넘쳐나는 모습을 보고
"아빠! 밥이 무척 윤기가 나네?"
"응~ 밥 찰지고 맛있게 찹쌀 한 줌을 넣었어..."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 우리 아빠~ 주부 다됐네... 그러면 우리 생선 사왔으니까... 매운탕해서 맛있게 먹자..."
"그래 그렇게 하자구나..."
20여년전에 부인을 잃고 나서 자식들에게 신세지기 싫다시며 시골에서 혼자 살아가시는 데
딸이 오니 웬만하면 딸에게 식사를 맡기실 수도 있건만
지금껏 당신 손수 해드시었고, 오늘도 직접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연금으로 살아가시며 아직까지도 손수 가계부를 쓰시는데
그 날 밤 가계부를 쓰면서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을 하시는데
그 날 쓰신 것을 생각하고, 한 달 생활비를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는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절대로 자식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자신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언제나 말로는 신세 안진다고, 너희들 자립하면 조용히 떠나겠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 용기는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보았습니다.
아닙니다. 말 뿐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위의 어르신처럼 살고 싶습니다.
어제 둘째가 늦게 귀가하였습니다. 요즈음 못 마땅한 점이 많습니다.
아이가 말썽을 부린 것도 아닌데 그러나 웬지 못마땅합니다.
본인을 위해 이야기해주는 마음은 몰라주고, 노력도 않고, 한 쪽 귀로 듣고 흘리는 모습에 화가 납니다.
내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하는 생각에 이해를 하면서도 화가납니다.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고, 믿어 주고, 오직 보살펴 주어야만 한다는 것을...
가슴이 아파도 미소로서 참고, 이겨내야한다는 것을 압니다.
내 부모님이 그랬듯이...
하지만 자꾸만 마음이 져려오고 슬퍼집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약해지는 마음입니다.
어짜피 우리 부모의 운명은 거미의 운명이니 그래도 저 아이들이 내게 희망이고 꿈이겠지요...?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본인을 위해서...
그래도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주니 감사해야 하건만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이들하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아이들은 자꾸만 도망가기만 하네요...
내가 많이 부족하고 잘못하는 게 많은 가 봐요...
거의 간섭 않고, 말 한마디 하지 않는데 어쩌다 안되겠다 싶어 이야기 한마디 하려면 여간 눈치가 보이지 않아요...
아이들은 내가 야단만 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ㅠㅠ
왜 우리 부모님은 자식 키우는 방법은 가르쳐 주시지 않고, 스스로 깨닫게 하시게 하였을까?
분명 가르쳐 주셨을 터인데.. 내가 제 때에 깨닫지 못하고,
늘 닥쳐서야 부모와 자식의 마음을 깨닫게 되니 나의 어리석음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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