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흐르듯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 좋은 글 본문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직 향기 가시지 않은 은은함이어도 좋고
갈색 빛 물든 쓸쓸한 빛깔이어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철들어 깊은 가을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가슴속에 풍경화 하나 그리고 싶다.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맑은 아픔이 흐르는 잊혀진 시냇물의 이야기여도 좋고
지난 추억의 그림자 밟으며 함께 낙엽을 주어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떨어지는 낙엽 위에
그리움의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맑게 내 영혼의 그림자 씻어
그 쓸쓸한 뒷 모습을 씻어 투명한 가을 하늘에
밝은 코스모스 한 자락 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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