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흐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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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글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노마GG 2013. 9. 4. 18:56

 

길가에 차례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신선한 바람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던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 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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