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흐르듯
독거노인 청소봉사 본문
■ 2013. 08. 12
■ 종로구 헤화동 노인복지회관
■ 이번 청소봉사에 참가하면서 지난 번 시각장애우 청소봉사와 별반 다를 바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독거노인 집을 방문하였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간 순간 펼쳐진 광경이 생각보다 상당히 지저분하였다. 일단 청소할 곳을 둘러보니 부엌이나 창고등은 그런대로 괜찮았고, 방에는 이부자리가 깔려있었는데.. 쾌쾌한 냄새와 함께 그 주변으로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이부자리, 옷, 약봉지 등이 엉망진창으로 정리되어 있고, 이부자리 옆 깡통이 넘칠 정도로 가래침이 가득 차있었다. 정말 손으로 집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일단 밖으로 내놓고 안쪽에서 부터 청소와 정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몇 달, 아니 몇 년은 청소안한 듯 찌든 때가 가득히 쌓여있었다.
청소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곳보다 감춰진 곳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기에 옷장이나 탁자 등을 옮기니 그 광경이 도저히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개미들이 나무를 쓸어 생긴 톱밥이 소복히 쌓여있었고, 구더기가 있었는데 차마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순간.. 아~ 어찌 치워야 할지..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 코 모두 닫아버리고 쓰레받이에 담아 버리고 걸레로 닦기를 수없이 하였다. 찌든 때는 쌓이고 쌓여 그 두께가 걸레로 닦을 수 없을 정도이니 단단한 물건으로 긁어내며 닦아야 할 정도였다.
처음 온 남 산우님이 이를 보고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대는 모습이 이해되었기에 닦은 걸레를 빨아달라고 할 뿐이었다.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벅차 칠판지우기 대장과 함께 방을 치우면서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
옷들은 세탁하기 위해 복지관으로 보냈고, 탁자 등 물건을 옮기면 그 밑의 광경은 계속되었다. 방 구석구석 쌓인 물건들을 치우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청소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차마 손대기 어려웠는지 깡통이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할 수없이 변기에 쏟아붇고 물로 씻어 양지바른 곳에 두었다. 청소봉사를 마치니 대문밖에 키도 훤칠하고 잘 생기고 깨끗한 분이 계셨는데 독거노인이었다.
집안은 어떻게 저리 살 수 있는지..?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고, 죽지못해 사는 생활같았다.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희망을 잃어버리면 저리 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산우님이 예기하기를.. 자기는 그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방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단다. 이해가 되었다. 나 역시 처음 본 광경에 순간 힘들었으니까..
함께 한 지혜님은 화장실 청소를 맡았는데.. 담배꽁초등이 가득히 쌓인 것을 치우면서 너무 참기 어려웠다면서도 깨끗이 청소를 하였으니.. 청소봉사에 참가꼬리를 달지 않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이는 봉사자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하기 어려운 일인만큼 웬만한 비위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려운 일이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 하겠다는 생각으로 칠판지우기님과 함께 둘 만이라도 독거노인 봉사를 하기로 하였다. 뜻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좋은데.. 그리 쉽지 않을 것 같고,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