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흐르듯
첫 봉사 본문
■ 일자 : 2013. 07. 11
■ 장소 : 청량리 다일 공동체 밥퍼 나눔운동본부
■ 오래 전부터 봉사하고 싶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돈으로 하는 봉사는 해보았지만 몸 봉사는 왜 망설여지던지..
봉사단체 회원도 아닌 혼자 참여하려니 왠지 낯설고 쑥스러웠다. 산악회 산행 공지만 보다가 우연히 봉사공지를 보고, 용기내어 참가하게 되었다. 좋은 일하는데.. 왜,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 ㅎ
청량리역 다일공동체에 도착해 설명듣고 현장에 투입될 때까지도 여전히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주어진 일에 열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쑥스러운 생각은 사라졌다. 봉사를 마친 후 감정은 보람되고 행복했다기보다 식사 한 끼를 먹기 위해 비오는 아침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 모습에서 작금의 현실이 서글펐다. 저 분들도 자식이 있을 터인데.. 나는 부모님 덕에 큰 고생없이 살아오면서 그 은혜를 잊고 살아왔으니 부모님 생각이 났다
저 분들 모습에서 나도 어찌 저리 되지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봉사자들에게 요플레를 주는데 차마 먹을 수가 없어 어느 할머니에게 조용히 다가가 드렸더니 감사하게 받는데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주방에서 밥솥을 닦느라 가까이서 그 분들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산악회 카페 댓글에서 그분들 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밥을 많이 달라하시며 비닐봉지에 종이컵에 담아가신다는 것이다. 한끼밖에 못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
배고픔을 어찌하시는지.. 나도 가끔 은퇴 후 노후를 걱정하며 문득 지난 날 끝없는 욕심으로 많은 것을 잃었을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괴롭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이 없어 지금까지 잘 살고 있으니 저 분들에 비하면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으니.. 도데체 무엇을 위한 욕심이고 그 끝은 어디인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쑥스러운 마음은 기우였음을 깨달았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볼 생각이다.
돕는다는 생각보다 저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하는 마음을 느끼고 싶다. 일부 횐님들이 저분들 모습을 사진 찍는 모습에서 저분들이 찍히는 것을 알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봉사자들은 노숙자가 사용한 식판이 아닌 별도의 접시에 먹는 모습을 보고 살짝 불순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봉사하러 와서 힘든 일은 안하려 하고..
하지만 돌아와 생각해보니 자신의 처지와 마음 크기만큼 봉사하는 것이고, 사회는 이 모든 것을 필요로 하고, 설사 작은 봉사라도 소중하고 따뜻한 손길인만큼 그 마음만은 존중되어야 하지 폄하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봉사이기에 많은 생각이 상존하겠지만 점차 내 그릇도 알게되고 다듬어지면서 올바른 봉사 마음과 자세가 무엇인지..? 점차 깨닫게 되겠지.. 문득 3050알파산악회 어울림봉사 산행방에서 본 글이 마음에 남는다.
"인정받고 싶은 봉사는 이미 그 수명을 다한 것입니다"/Jock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