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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슬픈 이야기

어느 아빠의 이야기...(실화)

노마GG 2012. 12. 15. 09:55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 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습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이 이불에 퍼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딴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하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마디가 손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아빠가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된다는 말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데여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릴려고 식을까 봐 이불속에 넣어둔 것이라고...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 보이기가 싫어

화장실 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었습니다. 

 

일 년 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갈 나이죠...

얼마 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는데 회사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서 조퇴를 맞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찾앗죠. 동네를 이잡듯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화가 나서 마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변명도 하지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 부모님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종일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그 날은 크리스마스 전전 날로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채 편지 300여 통을 넣는 바람에 년말에 우체국 업무가

지장이 된다고 온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또 일 저질렀다는 생각에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 가서 편지를 받아 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했더니

아니는 울먹이며 엄마한테 쓴 편지라고...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깐 

 

손이 닿아서 다시 돌아와 다 들고 갔다고...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 나라에 있다고... 

다음부턴 적어서 태워버리면 엄마가 볼 수 있다고...

밖으로 편지를 들고 나간 뒤 라이터 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하나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 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 잔치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 생각 날까봐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 척 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예기하면 아빠가 울까봐 절대로 예기 안 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하면서 우는 것 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 생각 안 나...

나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 

보고 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 꿈에 한 번만 나타나...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약속해야 돼...

 

편지를 보고 또 한 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아내의 빈 자리를 제가 채울 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우리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엄마 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현수야... 아빠야

우리 현수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아빠는 그런 것도 하나도 모르고...

엄마의 빈자리 아빠가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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